숲이 낮게 울던 날 엘런은 태어났다. 엘런은 날 때부터 숲과 함께였으므로 숲을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 어른 늑대들과 사냥 연습을 하면서는 더욱 숲을 배우게 되었다. 해님과 달님과 바람, 나무와 흙 바위와 그 밖에 모든 것들. 엘런은 아직 어린 늑대지만 숲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엘런은 늑대족의 숲에서 가장 맛좋은 무화과가 열리는 나무를 안다. 엘런은 비를 피하기 좋은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도 안다.
하늘에 해님의 얼굴은 간데없이 먹구름만 가득했다. 빗방울은 바람과 섞여 사정없이 쏟아졌다. 온 숲이 흠뻑 젖어 바람에 마구 흔들렸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서는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났다. 엘런은 이렇게 무서운 바람은 태어나서 몇 번 보지 못했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이렇지 않았는데. 그날 어른들은 큰곰사냥에 엘런을 끼워주지 않았고, 엘런은 뾰로통해져 있다가 묘안을 떠올렸다. 어른들이 없는 틈을 타서 인간 마을 쪽으로 내려가보는 것이다. 평소에 어른들은 엘런이 인간 마을에 내려가고 싶다고 하면 호통만 치기 일쑤였다. “너는 아직 어려서 안 돼!” 엘런을 꾸중할 어른들이 오늘은 저 멀리 나가 있으니, 오늘은 엘런이 호기심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날인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엘런은 즐겁게 숲을 내달려 인간 마을 쪽으로 달렸다. 거의 다다른 것 같아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했는데, 때마침 하늘에서 우르릉 소리가 나더니 천둥이 울기 시작했다. 곧장 비가 쏟아졌고, 엘런은 커다란 나무 아래로 들어가 비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숲에선 이상한 소리가 나고 주변엔 여우 한 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누구 없어요?” 엘런은 목소리를 내어 보았지만 목소리는 빗소리에 묻혀 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시 늑대로 돌아가려고 했더니 늑대로 돌아가지지도 않았다. 엘런은 긴장하면 변신이 잘 되지 않았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누가 습격해올지 알 수 없었다. 인간으로 변신하면 코가 둔해지고, 발바닥도 물렁해져서 잘 뛸 수 없다. ‘나는 원래 늑대인데.’ 엘런은 자꾸만 마음이 초조해졌다. 엘런은 나뭇잎에서 후두두 떨어지는 빗물을 맞으며 몸을 한껏 웅크렸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누군가 어깨를 흔들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빗물에 떠내려가는 꿈을 꾸고 있다가, 엘런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누가 어깨를 만진 것인지 확인하고는 뒤로 펄쩍 뛰었다. “인간이다!” 엘런은 소리쳤다. 인간은 무서운 눈으로 엘런을 보고 있다가 허리를 바로 폈다. “도와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군.” 인간의 어깨에는 인간의 키 만한 활이 걸쳐 있었다. 엘런은 그것에 기다란 막대기를 끼우고 잡아당기면 큰일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엘런은 자세를 낮추고 가르릉거렸다. 그런데 인간은 엘런이 공격자세를 취한 줄 모르는 것 같았다. “비 맞으면 감기 걸린다. 여름감기가 얼마나 지독한지 알아?” “나도 알거든요!” “근데 여기서 왜 이러고 있어. 엄마랑 아빠는?” “......!” 엘런은 인간의 질문에 보란 듯이 대답해주고 싶었지만, 그만 말문이 막혔다. 엄마 아빠는 큰곰 사냥을 갔다고 어떻게 말한단 말인가? 엘런이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 인간은 엘런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인간은 머리털에서 물기를 털고 얼굴을 문질렀다. “오늘 사냥은 다 끝났네. 사슴이 다 도망갔겠어.” 엘런은 인간에게서 한 걸음 떨어져 외쳤다. “사냥꾼!” 그러나 인간은 엘런을 한 번 쳐다봤을 뿐, 나무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뻗었다. 엘런은 인간 옆에서 한참이나 서성였다. 그를 공격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엘런은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멎을 때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엘런은 인간에게서 두 걸음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엘런과 인간은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엘런은 인간과의 말싸움에서 이길 방법을 연구하느라고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 우리 집에 가서 뭐 좀 먹자.” 비의 기세가 조금 수그러들었을 때 인간은 말했다. 엘런은 또 다시 당황하고 말았다. 인간과는 싸워서 이겨야 하는 것 아닌가? 나의 싸움상대가 왜 나에게 먹을 것을 주려고 하지? 그런 엘런의 생각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 인간은 덧붙여 말했다. “먹어야 힘이 나지.” 인간의 말이 맞는 것도 같았다. 먹어야 힘이 난다는 말은 엄마 아빠도 자주 하는 말이니까. 인간은 앞장섰고, 엘런은 뒤따랐다. 그들은 낮은 숲을 향해 한참동안 터벅터벅 걸어갔다. 인간의 집은 통나무로 지은 것으로, 그 어떤 바람이 불어도 끄떡하지 않을 것 같았다. 늑대족의 둥지와는 모양도 크기도 전혀 달랐다. “와아.” 엘런은 입을 헤벌리고 감탄했다. 인간은 커다란 나무를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더욱 신기한 것들이 가득했다. 공중에는 짐승의 고기가 매달려 있었는데, 불에 익혀서 말린 것인지 아주 맛좋은 냄새가 났다. 엘런은 입가에 흐르는 침을 쓱 닦고 인간 쪽으로 눈을 돌렸다. 인간은 옷을 갈아입은 뒤 엘런에게도 옷을 던져주었다. 인간의 몸통을 가리는 옷이었다. “입어야 해요?” “응. 감기 걸려.” 인간은 한쪽에 불을 지피고, 바구니에 음식을 이것저것 담더니 불에다 올려놓았다. “음식을 왜 태우는 거죠?” 엘런이 물었지만, 인간은 대답은 하지 않고 엘런에게 옷을 입혀주었다. 옷 입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엘런은 팔을 어디로 넣어야 하는지 한참이나 헤맸다. 옷에서는 햇빛 냄새가 연하게 나서 기분이 좋았다. 엘런이 인간의 집 이곳저곳을 뜯어보고 건드려보는 동안 인간은 바쁘게 움직였다.
인간이 말하길, 여러 가지 음식을 섞어서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것을 요리라고 한다고 했다. 인간은 수프라고 하는 요리를 만들었는데, 엘런은 인간이 만든 요리는 처음 먹어보았다. 우유에다 감자를 넣고 불로 뜨겁게 만든 것인데, 멀뚱히 바라보는 엘런에게 인간은 스푼을 쥐어주었다. “이걸로 떠먹어. 뜨거우니까 한 입씩.” “네.” 엘런은 인간일 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스푼 쥐는 것 역시 어색했다. 요리는 떠지지 않고 그릇으로 자꾸만 흘렀다. 엘런은 풀이 죽어서 스푼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인간은 허공에 매달려 있던 고기를 조금 썰어서 엘런에게 주었는데, 엘런은 눈치를 보다가 맨손으로 덥석 잡았다. 그리고 와구와구 먹기 시작했다. 빵이라고 하는 것도 몇 조각 먹고 있으니, 인간은 수프 그릇을 엘런에게 밀어주었다. 엘런은 조심스럽게 입을 담가보았다. 너무 뜨겁지 않을 정도로 식어 있어서, 엘런이 그릇째 들고 마시기에 적당했다. 그렇게 엘런은 온 얼굴에 수프를 묻혀가며 식사했다. 인간의 음식도 그럭저럭 먹을 만한 것 같았다. “다음엔 손 말고 포크로 먹자.” 식사시간이 끝나고 인간은 말했다. “네.” 엘런은 고분고분 대답했다.
상냥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친절한 인간은 엘런에게 과일도 몇 개 주었다. 그것까지 다 받아먹고 나니 엘런은 배가 터질 지경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과일조각을 입에 넣고 있을 때, 엘런은 꾸벅꾸벅 조느라고 식탁에 머리를 쿵쿵 찧을 지경이었다. 인간은 그런 엘런을 번쩍 들어서 푹신한 곳에다 뉘어주었다. 인간의 옷처럼, 비슷한 햇빛 냄새가 나는 보금자리였다. “저 비밀이 있는데요...” 엘런은 졸음 때문에 눈이 잘 떠지지도 않았지만 힘들게 목소리를 내었다. 인간은 가까이 귀를 가져다댔다. 사실 전 늑대예요. 지금은 인간 모습이지만, 진짜 인간은 아니에요. 그것을 고백하려 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배는 부르고 등은 따뜻하고 잠은 쏟아지고, 엘런은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인간은 이제 엘런의 꼬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엘런은 일단 한 숨 자고 일어나기로 했다. 한 숨만 자고 일어나면 다시 늑대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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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전 인간의 늑대소탕이 있었고 늑대(수인)족은 인간에게 패배한 후 숲지대로 꽁꽁 숨어들어 살면서 근근이 번식하고 있으면 좋겠다. 늑대수인족은 진짜 늑대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어서 그 중간지대 어디쯤 기거하는 것. 늑대족은 패배의 원인이 저들이 애매모호한 존재이기 때문이라 여기고 후손을 아예 늑대로 키웠으면 좋겠다. 필요할 때만 인간으로 변신해서 마을에 내려가 이것저것 사러 내려가고.. 엘런은 그 늑대족의 어린 후예라는 설정. 엘런은 철없이 숲 구석구석 쏘다니는걸 좋아하는데 어느날 사냥꾼 리바이 만났으면 좋겠네. 엘런 나름대로 거기가 인간마을 근처라고 인간 모습으로 돌아다니다가 걸렸으면ㅋㅋ 인간으로 변신하면 알몸 그대로인 설정도 좋고 반바지가 생겨도 좋음. 리바이는 사냥꾼이다보니 늑대족 전설을 아는 사람이라서 종종 마을에서 늑대수인이 사람들 틈에 섞여있는 걸 알아볼 것 같다. 그래서 숲에서 웬 어린애 하나를 만났어도 새끼늑대려니 할듯. 꾀죄죄한 외양이 딱해서 엘런 집에 데려가서 잘해줬으면.. 아무튼 보고싶은 건 리바이의 오두막이라는 신세계를 접하는 장면.. 리바이가 끓여준 수프에 얼굴을 박고 찹찹 먹는다든가 변신이 서툴러 발은 늑대발로 돌아다니는 모습. 엘런은 리바이의 푹신한 침대에서 강보에 꽁꽁 싸여 잠자는 걸 좋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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