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신랑 엘런과 리바이로 토막글
아주 잠시 잠들었던 것인지, 눈을 떴을 때에도 잠들기 직전과 같은 풍경이 이어지고 있었다. 졸린 눈을 들어 주위를 보았지만 붉게 물든 들판이 이어지고 있었다. “더 가야 해요?” 엘런은 중얼거리며 리바이의 어깨에 머리를 문질렀다. 리바이는 엘런의 어깨까지 모포를 단단히 덮어 주며 대꾸했다. “더 자도 돼. 도착하면 깨워줄 테니까.” 리바이의 대답을 채 듣기도 전에 엘런의 눈꺼풀이 스르르 감겼다.
이웃마을에서 열리는 카니발에 다녀오느라 그들은 사람들과 함께 마차를 타고 먼 길을 떠났던 것이다. 카니발은 엘런이 사는 곳처럼 작은 마을에는 순회하지 않기에 카니발을 보기 위해서는 멀리까지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공을 일곱 개나 가지고 저글링 하는 광대와, 이국의 언어로 노래하는 집시. 입에서 불을 뿜어내는 마술사. 처음 보는 먹거리와 왁자하게 떠드는 사람들. 생전 처음으로 카니발을 구경하는 엘런은 눈이 핑핑 돌 지경이었다. 모든 것이 신기했다. 꼬박 한 나절 만에 엘런은 기진맥진해졌다. 돌아가는 내내 엘런은 꾸벅꾸벅 졸았다. 리바이는 엘런의 어깨를 잡아 머리를 자신의 몸에 기대도록 했다. 덜컹대는 마차에서 엘런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도록.
다시 엘런이 눈을 떴을 땐 해가 거의 진 다음이었다. 날이 저물어 있는 것에 엘런이 당황했지만 리바이가 엘런의 손을 잡았다. “내려와. 여기서 야영을 할 거야.” 리바이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엘런을 데려갔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손을 놓았고, 리바이는 일거리를 찾아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른들 중에서 리바이는 가장 작았지만 가장 바빴다. 평평한 곳에다 모닥불을 피워내고, 기다란 막대를 구해다 냄비를 올릴 받침대를 뚝딱 만들고, 사람들에게 음식을 손질하도록 시켜 스튜 끓일 준비를 했다. 엘런은 아직 어려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마차에서 냄비와 식기구를 챙겨오는 정도의 잔심부름밖에는. 야영준비를 하는 동안 리바이는 바빠서 엘런과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대신 엘런은 어른들의 잔심부름을 하며 눈으로는 계속 리바이를 좇았다. 리바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구경하고 싶었지만 방해된다고 혼날지도 몰랐기에 멀찍이서만 보았다. 마침내 리바이가 손을 탁탁 털며 허리를 쭉 폈을 때, 엘런은 리바이 옆으로 쪼르르 다가갔다. “배고프지? 조금만 기다려.” 리바이는 엘런의 정수리를 벅벅 문질렀다. 머리가 다 헝클어졌지만 엘런은 그것을 좋아했다. 리바이식 애정표현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모두들 불가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른들은 마술사가 입에서 어떻게 불을 뿜어낼 수 있었는지 열을 올리며 토론했다. 왁자한 분위기였지만, 자꾸만 엘런은 하품이 나왔다. 하품을 계속 하니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러나 그 중에서 담요를 두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춥다고 한다면 어른들이 엘런을 꼬마녀석이라고 놀릴 게 분명했기에 엘런은 꾹 참았다. “졸리면 먼저 자도 돼.” 리바이가 말했지만 엘런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안 졸려요. 참을 수 있어요.” “......” 리바이는 엘런을 쳐다보다가 일없이 불을 쏘셨다. 리바이의 손은 못 하는 일이 없었다. 불은 리바이가 쏘시기 전보다 한층 더 커졌다. 그것을 구경하다가 엘런은 말했다. “카니발 진짜 재미있었어요. 내년에도 또 열리면 좋겠어요.” “다음엔 우리 마을에도 오면 좋을 텐데. 이런 고생 할 필요 없이 말야.” “이번처럼 이웃마을에서 열려도 좋아요. 마차 타는 것도 재미있거든요.” “피곤해서 뻗었던 주제에...” 마지못해 리바이는 피식 웃었다.
별안간 리바이는 벌떡 일어나 짐마차로 향했다. 돌아오는 리바이의 손엔 두꺼운 담요가 들려 있었다. “저, 전 하나도 안 추운데요.” 엘런은 주저하며 말했지만 리바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담요를 그들의 몸에 덮었다. “내가 추워서 가져온 거야.” 담요를 잠깐 덮고 있었을 뿐인데 담요 안쪽에는 곧 두 사람의 체온이 고였다. 엘런은 아저씨들의 눈치를 보다가, 슬그머니 리바이의 손을 잡았다. 담요가 가려주고 있어서 그들이 손을 잡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몰랐다. 그들 외에는 아무도. 엘런은 버릇처럼 리바이의 커다란 손을 조물거렸다. 리바이는 백 밤 자고 나면 엘런의 손도 리바이처럼 단단해질 거라고 말했지만 어쩐지 엘런의 손은 하나도 단단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엘런은 말랑하기만 한 제 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손이 커졌네.” 엘런만 알아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로 리바이가 속삭였다. 반대로 리바이가 엘런의 손을 주물거리기 시작했다. 담요를 덮지 않아도 하나도 춥지 않을 만큼 몸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담요는 계속 덮고 있어야 했다. 리바이와 계속 손을 잡고 있기 위해서는.
깜깜한 밤이 되고, 술을 몇 잔씩 마신 어른들이 하나둘씩 잠에 들 때까지도 엘런은 꼿꼿하게 버텼다. “도대체 왜 안 자는 건데?” 리바이가 몇 번이나 물었지만 엘런은 그냥 웃기만 했다. 그냥 이렇게 있는 게 좋아서요, 하고 말하기엔 부끄러웠던 탓이다. 어쩌면 그냥 말해버릴 수도 있었다. 짙은 밤이 엘런의 낯빛을 감춰줄 테니까. 그러나 엘런은 자작하게 타고 있는 불을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엘런, 그만 자도 된다니까?” 옆에서 리바이가 무어라 말 거는 것 같았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더 버틸 수 있어.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제일 마지막까지 안 자고 버텨보는 것이다.
마침내 비스듬히 톡 떨어지는 엘런의 머리를 리바이가 잡았다. 그대로 자리에다 눕히는데도 엘런은 미동도 않았다. 한 번 닫힌 엘런의 눈꺼풀은 뜨일 줄을 몰랐다. 리바이가 잠시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동안 심지어 엘런은 쌕쌕 숨소리를 내기에 이르렀다. 여전히, 그들의 손은 이어져 있었다. 어릴 적 본능이 여직 남아있는 것처럼 엘런의 손은 리바이를 꼭 붙들고 있었다. 리바이는 작게 한숨을 흘리며 엘런 옆에 누웠다. 누워서 생각했다. 뭐, 언젠간 다 자라겠지. 별이 박힌 밤하늘을 리바이는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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