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작년에 썼던 것 발굴...
시대 배경은 19세기. 리바이는 세상에 몇 남지 않은 늑대인간이었고, 도시 변경지대의 숲에 은거하고 있었어. 오래 전 그는 늑대인간 무리와 대판 싸우는 바람에 무리에서 쫓겨났고,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숲을 하나 골라 정착하게 된 것이었지. 숲은 리바이의 집이고 새로운 고향이었어. 거기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 숲을 거닐다가 웬 어린애를 발견했어. 그 시각에 어린애 혼자 숲 속에 있는 게 이상했지. 덩치로 봐선 예닐곱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였음. 아이는 쪼그려 앉아 무언가에 매진하고 있었어. 가까이 가 보니 아이는 죽은 동물의 배에 머리를 박고 정신없이 빨아들이고 있었어. 아이는 인기척을 느끼곤 리바이를 휙 돌아보았어. 아이의 얼굴은 온통 피칠갑이 되어 있었지. 그게 엘런과 리바이의 첫만남이었어.
리바이는 엘런이 뱀파이어라는 걸 알아보았어. 어린 녀석이 무슨 곡절로 뱀파이어가 되었는지, 리바이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어. 엘런은 리바이가 저를 해치려는 줄 알고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도끼눈을 뜨는데, 리바이는 엘런을 살살 얼렀지. 너 해치려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말라고. 리바이는 엘런을 한참을 지켜보다가 이야기를 꺼냈어. 너 우리 집에 가자, 하고. 엘런은 어리둥절했지만 리바이는 믿을 만한 것 같았음. 저를 보호해줄 수 있을 것 같았지.
엘런은 자신이 뱀파이어가 된 경위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했어. 인간으로서의 기억은 모두 잊어버렸지. 근처를 지나던 뱀파이어에게 봉변당한 경우였어. 리바이가 엘런을 동정할 수 있는 이유는, 리바이 역시 타의에 의해 초자연적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었어. 리바이도 어릴 때 생전 처음 보는 늑대인간에게 물려 전염된 경우였기에. 아무튼 그렇게 둘의 동거가 시작되었어. 자신이 무슨 존재인지도 모르는 엘런은 마냥 무구히 웃으며 리바이를 졸졸 따라다녔어. 자신의 본능이 사람의 피를 마시는 데에 귀결된다는 것도 몰랐어. 리바이는 엘런에게 짐승을 잡아다 주고 그 피를 마시게 해서 연명하게 했어. 엘런은 하루가 다르게 자라났지. 어느덧 리바이와 엘런은 서로의 버팀목이 되었어. 세상에 의지할 데라곤 서로의 몸뚱이밖에 없는 거야.
어느 날은 둘이서 숲을 산책하고 있었어. 리바이는 엘런을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나무 이름이며 풀 이름, 별 이름을 다 알려주곤 했지. 그 날도 리바이는 엘런을 안고 무작정 거닐었어. 리바이는 손가락질을 하다가 근처에 있던 나뭇가지에 긁혀 손에 생채기가 났어. 예상치 못한 작은 사고였지. 리바이의 손등에 피가 배어났고, 엘런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당장 리바이의 손을 움켜쥐고 핥았어. 피를 닦는가 싶던 혀는 이내 피부 밑에 있는 피까지 빨아들일 기세로 움직였지. 리바이는 당황해서 엘런을 떼어냈어. 엘런은 인간 아이로 치면 열두 살 정도 체격이 되었는데 벌써 힘이 셌지. 엘런은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의 피 맛에 충격을 받았어. 피 맛도 피 맛이고, 한순간 정신을 놓고 리바이의 상처를 핥았던 데에 스스로 놀랐지.
리바이는 엘런을 진정시킨 뒤에, 따뜻한 불가에 앉혀두고 이야기를 시작했어. 그들의 정체에 대해서. 리바이는 엘런과 그의 체온이 서로 다름을 이야기했어. 너는 동물의 피를 먹고 사는 존재이고 나는 동물의 고기를 먹고 사는 존재라고. 자신이 반은 늑대이고 반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했지. 보름달이 뜨면 몸이 늑대처럼 변하니 그때마다 외출할 거라고 말했어. 사람을 왜 해치면 안 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건 어려웠지만 엘런은 어찌어찌 납득하는 것 같았어. 리바이는 확실하게 말해 두었지. 내가 보통 인간과는 조금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너를 이제껏 돌볼 수 있었던 거라고. 나와 같이 있고 싶으면 동물의 피 외엔 아무것도 탐내지 말 것을 당부했지.
하지만 엘런은 단 한 번 맛본 생생한 피 맛을 잊을 수가 없었어. 갈증이 나면 이제까지 그랬듯 동물의 피를 마셨지만 사람의 피에 비할 것이 못 된다는 걸 깨달았지. 아직 어린 엘런으로서는 욕구를 절제하기가 힘들었어. 어린 뱀파이어가 입맛을 더럽힌 거야. 급기야 엘런은 동물 피마저 거부했고 안색이 수척해지고 말라갔지. 그런 엘런을 보면서 리바이는 한참이나 고민한 끝에, 보름달이 뜨기 직전엔 자신의 피를 조금 마시게 해 주기로 했어. 그 때는 리바이의 힘이 극대화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을 수도 있었지. 보름달이 뜨기 직전 리바이는 단도로 팔뚝에 상처를 내서 엘런에게 빨아들이게 했어. 엘런은 정신없이 리바이의 팔을 물고 늘어졌고 리바이는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피를 내어 주었지. 리바이가 견디다 못해 힘없는 목소리로 엘런, 하고 부르면 엘런은 그제야 그만두었어. 멈추지 않으면 리바이가 죽기 때문에. 그렇게 엘런은 기본적으로 동물의 피로 연명했지만 한 달에 한 번씩은 리바이의 피를 마시는 것으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어. 엘런은 무럭무럭 자랐지.
리바이는 엘런에게 피를 내어주기 시작하면서 체력이 크게 약화되었어. 엘런이 필요로 하는 피의 양은 생각보다 많았기에. 역설적이게도 리바이는 그것으로 인해 늑대로 변할 때의 고통을 줄일 수가 있었어. 옛날에 늑대인간이 될 때면 몸이 찢겨나가는 고통에 밤새도록 포효하느라 죽을 것만 같았는데, 에너지가 줄어드니까 이젠 늑대인간이 되어도 차분히 어슬렁거리면서 스스로를 다스릴 수도 있게 된 거야. 엘런은 리바이의 피를 앗아가는 것으로 살지고 리바이는 엘런에게 피를 내어줌으로써 한 달에 한 번 있는 고통을 줄였어. 그렇게 둘은 철저한 공생관계가 되었고 둘의 유대는 점점 깊어졌어. 이제 엘런은 건장한 청년으로 몸이 실하게 여물고 있었어. 신체의 성장과 함께 리바이에 대한 연심도 자연스레 생겨났어. 어느 순간 엘런은 리바이가 더 이상 자신의 보호자가 아님을 깨달았어. 그는 날로 쇠약해지는 거야. 엘런은 리바이의 키를 훌쩍 뛰어넘었지. 자신의 품에 꼭 안을 수도 있었어. 동경해 마지않던 대상이 스러지는 모습은 가슴 아팠지. 애달파서 속이 끓었고, 불안감은 참을 수 없는 연심이 되었어. 어느 날은 엘런이 참지 못하고 리바이에게 입을 맞추었어. 리바이는 언제나 그랬듯 엘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 받아주었지. 엘런은 리바이에게 허겁지겁 매달려 온 몸을 맞부볐어. 마치 그렇게 해야만 모든 불안이 사라진다는 듯이.
이제 엘런은 더 이상 리바이의 팔에 입술을 묻지 않았어. 피가 흐를 정도가 되려면 팔뚝을 거의 물어뜯어야 했으니까. 그쯤 되어 리바이의 팔은 온통 엘런이 남긴 잇자국으로 난도질되어 있었어. 팔을 무는 대신 엘런은 리바이의 목을 물었어. 거기선 피가 더 쉽게 나왔으니까. 엘런은 리바이의 피를 마실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하고 생각했지만 그건 쉽사리 끊을 수 있는 게 아니었어. 자괴감과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엘런은 리바이의 목덜미에 이를 박아넣었어. 이번엔 진짜 진짜 마지막이야 하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혀에 닿는 피가 더 달게 느껴졌어. 꼭 미칠 것 같았지. 리바이의 피의 맛이며, 목덜미에서 풍기는 강한 체취 때문에 엘런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리바이를 으스러져라 껴안았어. 리바이가 미약한 손길로 엘런을 밀어내는 것도 모르고. 조금만, 조금만 더, 하고 엘런은 리바이의 더운 피를 빨아들이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어. 리바이가 흐느적흐느적 흔들리고 있는 거야. 엘런은 덜컥 겁이 나서 얼른 물러섰지. 리바이는 땅바닥에 쓰러졌고, 보름달을 가리던 구름이 걷힌 건 그 때였어. 달빛을 받은 리바이의 몸이 기묘하게 빛나면서 변신하기 시작했어. 정강이에 관절이 하나 더 생겨나고 팔은 늑대의 발이 되었지. 얼굴에서 주둥이가 생겨나는가 싶더니 온몸에서 털이 자라나고, 리바이는 곧 흉측한 늑대인간이 되었어. 리바이는 쌕쌕 숨을 쉬면서 엘런을 올려다보았어. 엘런은 리바이가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모습은 처음 목격했고, 강한 충격에 꼼짝도 못했지. 사람도 아니고 늑대도 아닌 몰골이 너무 흉측해서. 거기다 리바이는 이제 볼품없이 늙은 늑대인간이었어. 리바이는 힘겹게 일어나 엘런에게 앞발을 내밀었지만, 엘런은 홧김에 그 손길을 홱 쳐내며 뒷걸음질을 쳤어.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혼란스런 시선이 오고갔어. 엘런은 뒤돌아서 냅다 달리기 시작했어. 저게 어떻게 리바이라는 거야. 엘런은 죽어라고 달려서 집안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어. 너무 놀라서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몰라. 제가 그의 피로써 목숨을 이어왔다는 사실은 다 까맣게 잊어버렸어. 가슴이 두방망이질 쳤어.
엘런에게 늑대인간이 되는 모습을 보이고 만 게 리바이의 최대의 실수였어. 급속도로 멀어지는 엘런의 뒷모습을 보면서 리바이는 그만 망연해졌어. 결국은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엘런이 리바이의 실체를 알면 경악하고, 역겨워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그렇지만 막상 겪으니 그게 너무 상처가 됐어. 어떻게 키운 아인데. 늑대인간 리바이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엘런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만 봤어. 한참이나 그러고 있었지. 리바이는 엘런을 다시 마주할 자신이 없었어. 그 경악스런 눈빛이 여전히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 같았어. 자신을 괴물 바라보듯 하는 눈. 리바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어. 예정된 때가 왔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엘런은 이제 막 어른 태가 나는 젊은 뱀파이어였고 자신은 노쇠한 늑대인간이었어. 언제까지고 함께할 수 없었지. 그렇게 리바이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시작했어. 어쩌면 이번엔 자신의 무덤이 될 지도 모르는 새로운 숲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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