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야쿠자 조직 출신으로서, 엘런이 원치 않는 인생을 살게 된 것은 다 리바이 때문이라 원망하고, 리바이는 기꺼이 감수하는 그런 관계..를 보고 싶었다 ㅇㅇ
십 년 전, 그러니까 리바이와 엘런이 각각 열 살씩 어려서 리바이가 이십 대 중반이고 엘런이 십 대 중반일 때, 리바이는 조직에서 한창 현역이었다. 재수 없게 한 번 크게 다치는 바람에, 리바이는 부상을 회복한다는 명목으로 여름내 낡은 집에 머무르고 있었다. 리바이는 눅눅한 공기 냄새를 맡으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욕설과 퍽퍽 치는 소리가 뒤엉킨 가운데, 흙바닥에 발을 질질 끄는 소리도 났다. 사람이 사람을 억지로 끌어오고 있었다. 리바이에게 떠맡기기 위하여. 그때는 조직이 아직 거대하지 않던 시절이기에 리바이 만한 일력을 마냥 놀릴 형편이 못 되었던 것이다. 가끔 오는 손님들을 맡는 것이 당시 리바이의 소일거리였다. 이층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요란도 했다.
그들은 방에다 놈을 던져 넣다시피 했다. 열다섯 정도 된 사내애였다. 놈은 리바이 뒤쪽으로 넘어진 뒤 꼼짝도 않았다. 비실한 팔로 얼굴을 가리는 것으로 보아 울음이 터진 모양이었다. 그들은 리바이에게 꾸벅 인사하고 씨근거리며 말했다. 빚이 거진 1억이었습니다. 일단 집은 딴 데 안 넘어가게 해놨는데 애비란 새낀 얼루 튀어버렸는지. 아주 쥐새끼같은 놈이에요. 어디 외국으로 날랐으면 일 복잡해지는 건데. 여튼 애새끼라도 데려와야지 어쩌겠습니까. 하필이면 다 자란 사내새끼라서, 원, 젠장맞게. 형님이 좀 힘써주셔야겠습니다. 1억 대신 데려온 놈이니 알뜰히 써먹어야죠. 그는 땀을 닦으며 리바이 등 뒤를 쏘아보며 그 놈 들으라는 듯 말했다. 여차하면 바닷배 태워 보내버려도 되고요. 배편은 언제든 잡을 테니 말씀만 하십쇼. 모쪼록, 부탁드립니다.
그곳에 가끔 배달되는 이들을 길들이는 것이 리바이의 몫이었다. 물론 그는 성가신 것을 싫어했으므로 언제나 말보다 손이 앞섰다. 집에 가고 싶냐? 딱 한 번 물어본 뒤 아니라고 대답한 놈들만 그대로 놔두고, 그렇다고 대답한 대다수의 놈들은 무력으로 길들였다. 앞으로 더는 딴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1억 대신 잡혀온 그 놈, 엘런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화는 없었고 리바이는 하던 대로 인질을 길들였다. 한여름 푹푹 찌는 쪽방, 리바이는 너무 맞아서 움직일 수 없어 시체처럼 누워있는 엘런에게 밥을 한 그릇 갖다 주었다. 봐라, 네가 말을 들으면 밥을 준다. 그가 말하자 엘런은 퉁퉁 부은 눈 사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좀 독한 놈인 줄 알았건만 사내애의 저항은 길지 못했다. 일방적인 구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고 나중에 가서 엘런이 저항할 힘이 없어졌을 때, 엘런이 이제 알겠으니 때리지 말라고, 도망칠 생각 하지 않겠다고 애원의 눈빛으로 올려다보았다. 굴복하여 백기를 흔드는데도 리바이는 무심하게 소매를 걷어붙였다. 호된 여름이었다. 엘런은 성한 곳 하나 없는 몸으로 여름을 났다. 생기가 없고 눈물도 날 것 같지 않은 눈으로 엘런은 한 층 아래의 좁다란 골목을 내려다보았다. 당장 뛰어내려도 발목만 다치고 끝날 높이였는데도 엘런은 끝내 창을 넘지 못했다. 그 여름을 통틀어, 리바이는 엘런에게 너는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좁은 세계에 발 묶여 있어야 함을 학습시켰다.
십 년이 지났다. 십 년은 모나고 흠이 진 공이 비탈을 구르는 것과 같았다. 어디로 향할지도 모르는데도 몸은 착실히 구르고 좌충우돌했다. 더 낮고 음습한 곳을 향하여, 십 년간 전속력으로 내리닫았다. 엘런의 옷 아래 피부는 울퉁불퉁하고 흉이 많았다. 꼭 리바이처럼. 엘런은 빠르게 성장했고, 어느덧 리바이의 자리를 대체했다. 그들은 그렇게밖에 될 수 없는 서로의 삶을 이해했다. 서로에 대해서 낱낱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붙어먹을 수도 있었던 것이라고, 리바이는 생각했다.
십 년 사이 리바이는 현역에서 물러났다. 배달되는 아이들을 마구 때려 길들이던 그 집을 적당히 손봐서, 식당으로 개조했다. 엘런은 이따금씩 찾아와 가게에서 빈둥거렸다. 술안주 하나와 맥주 한 병씩을 시켜서는 새벽이 오기 직전까지 앉아 있곤 했다. 엘런은 버릇처럼 말했다. 나 말고 누구 왔다 갔어요? 나 보고 싶었어요? 어린애가 남의 집에 맡겨둔 개를 걱정하듯이. 그러나 집요하게 물어 끝끝내 답을 듣고야 마는 것이었다. 그런 다음에야 만족스레 웃었다. 미친 사람처럼. 그럼 그래야지, 하는 얼굴로.
엘런은 정복감을 느끼기를 좋아했다. 상대는 꼭 리바이여야만 했다. 때를 가리지 않고 갈급하게 주방 안쪽으로 몰아세운 뒤 기어이 맨살을 맛봤고, 그러지 않을 때는 혀로써 몰아세웠다. 몰아세우는 말을 해서. 엘런은 소매를 걷거나 셔츠를 열어젖혀 어느 상처를 보여주곤 당신의 작품이라 말했다. 기억해요? 당신이 날 이렇게 만들었어요. 리바이는 차마 부정할 수 없었다. 정말로 그럴지도 모르니까. 십 년 전의 그 여름날은 엘런에게 평생의 트라우마였고, 지금의 이 엘런ㅡ진작에 이성을 잊었으며 즉각적인 감성밖에는 남지 않은 듯한ㅡ을 만든 것은 리바이였다. 조금만 덜 맞았으면 자기 키가 5센티는 더 자랐을 거라고, 버릇처럼 말하는 엘런이었다.
여름임에도 오싹한 찬바람이 부는 8월의 어느 밤, 잠을 자다 깨어보니 엘런이 리바이의 가슴에 칼을 대고 있었다. 엘런은 그가 깨어서 아쉽다는 듯 칼집에 칼을 넣고 서랍 밑으로 치웠다. 그리곤 리바이의 머리를 다정히 쓸었다. 더 자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엘런은 등을 지고 누웠다. 엘런은 그 방을 싫어했다. 멋대로 물건 배치를 바꾸기가 일쑤였고 섹스나 잠이 필요하지 않으면 절대 머물지 않았다. 잠이 솔솔 와서 잠들기 직전엔 꿈같이 중얼거렸다. 아이의 비명이 들리는 것 같다고. 귓가를 내내 맴도는데 사라지지를 않는다고.
가끔 리바이는 엘런을 연민했다. 그 눈빛을 눈치채면 엘런은 쿡쿡 웃었다. 아, 제발 집어치워요.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하지 말라구요. 그럼 내가 뭐가 돼. 말은 유쾌하게 하면서 엘런은 손에 들린 것은 무엇이든 짓이겼다.
엘런은 독종이다. 리바이는 엘런에게 복수당해 죽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하다. 칼이나 주먹을 쓸 만큼의 아량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건 구역질나게 고상하므로. 엘런은 매일 조금씩, 리바이에게 육중한 죄의 무게를 가르쳤다.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건 당신 때문이라고. 리바이는 떠안기는 대로 떠안았다. 언젠가 그가 떠안겨진 것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지는 때가 올 것이다. 그때에 엘런은 웃지도 않을 것이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므로. 그 성질머리라면 시체에 침을 뱉을지도 모르지. 가끔 리바이는 그 장면을 생각하고 자조했다.
둘 사이에서 리바이의 죽음은 암묵적으로 합의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엘런은 자연스레 내세웠고 리바이도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끝날 줄 모르는 장마 속, 리바이는 엘런의 팔을 베고 누워 숨을 갈무리했다. 온몸이 미끌미끌하고 끈적거렸다. 그들은 어두운 천장을 바라보며 사이좋게 담배를 나눠 피웠다. 한 개비에 불을 붙여서 한 모금씩 번갈아가며. 어른 몰래 나쁜짓을 하는 소년들처럼. 방에 냄새가 배는데 어쩌나, 리바이는 뒤늦게 생각했지만 그것보단 입의 느낌이 우선이었다. 리바이는 몸을 들어 엘런의 입을 막았다. 죽죽 내리는 빗속에선 소란이 묻혔다. 한 번 더, 몸을 한계까지 밀어붙였다가 한순간 온몸을 늘어뜨리고 다리 사이에선 더러운 것을 흘리는 그 행위를 치른 끝에 엘런은 리바이를 허리에서 내렸다. 움직였더니 배고파요. 하고 그는 뻔뻔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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